일상 & 기타
나무로 깎은 닭처럼
JC노트
2026. 1. 6. 22:48
예전엔
조금만 건드려도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.
말 한마디, 눈빛 하나에도
속에서 닭이 울어댔다.
“왜 저런 말을 하지?”
“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?”
그럴 때마다
이겨야 할 것 같았고
설명해야 할 것 같았고
지지 않으려 애썼다.
**《장자》**에
싸움닭 이야기 하나가 있다.
닭 조련의 달인 **기성자(紀渻子)**는
왕이 기대하던 ‘강한 닭’을
바로 싸움에 내보내지 않는다.
아직 소리에 놀라고
아직 상대를 노려보고
아직 이기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.
시간이 지나
그 닭은 점점 조용해진다.
상대가 울어도
눈길조차 주지 않는다.
그때 기성자는 말한다.
이제 됐다고.
그 닭은
싸울 줄 모르는 닭이 된 게 아니라
싸울 필요가 없는 닭이 된 것이다.
요즘 들어
이 이야기가 자꾸 생각난다.
말을 줄이게 되고
설명하지 않게 되고
굳이 증명하지 않게 된다.
예전 같았으면
분명히 한마디 했을 상황에서
이제는 그냥 지나친다.
지고 이긴 문제가 아니라
그럴 가치가 없는 싸움이라는 걸
알게 된 것뿐이다.
장자는 말한다.
가장 강한 상태는
나무로 깎아 놓은 닭처럼 고요한 경지라고.
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지만
그 안에는
이미 흔들릴 이유가 없다.
어쩌면
나이가 든다는 건
더 세지는 게 아니라
덜 흔들리는 연습인지도 모른다.
오늘도
싸우지 않아도 되는 하루였다면
그걸로 충분하다.
나는 지금
조금씩
나무로 깎인 닭이 되어가고 있다.
